24살.. 어린 나이에 사장이 되어서
20년 가까이 한 가지 길만 걸었던 저였는데,
막상 이젠 사장이 아닌 취준생으로 다시 나가서 일할 생각을 하니 설렘도 있고 기분이 다운되기도 하고 무척 복잡미묘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마음이 무너지는 일이 있었네요.
1. “우리는 해외 가려고…”
파산 후 맞이하는 차가운 명절
저의 파산으로 인해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아버지께서 명절에는 모든 친척들이 모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돌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친척분들께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라냐… 니가..
괜찮아? 우리는 해외 가려고..”
그 질문을 받는데 숨이 턱 막혔습니다.
“안 괜찮아요..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요, 괜찮아요 저는..”
제 입으로 당당한 척 대답을 하면서도,
이런 모순 같은 대답을 내놓으며 또 한 번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군요.
사실 저는 친척분들과는 연락을 잘 하지는 않는 사이입니다. 제가 사업이 잘됐을 땐
“돈 많이 벌었다며?
어떻게 번 거야? 같이 투자할 수 있을까?
좋은 정보 좀 줘, 가족인데 같이 벌어야지”
하며 연락이 오곤 했었죠.
하지만 파산을 했다고 하니 들려오는 좀 다른,
투명하고 차가운 목소리들…
그냥 제 기분이 그런 걸까요?
2. 쑥대밭이 된 의류 제조 유통업, 자영업의 지독한 굴레
제 주위의 인맥들은 사실 직장인보단 자영업 사장님들 비율이 많습니다. 아니, 많았습니다.
작년부터 주위에서 회생, 파산 얘기가 많이 들려왔는데 그때만 해도 제 얘기는 아니란 생각을 했었죠.
이제는 서로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안부를 묻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일단 저는 의류 제조 유통업이었고, 저만 파산.. 주위 분들은 거의 회생 중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아마도 의류업은 이번 연도를 넘기기 힘든 분들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저가 의류에 밀려,
시장 전체가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거든요.
3. 실업자카드에서
국취제 2형으로…
앞으로 전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 저는 제 길을 다시 묵묵히 가야겠지요.
내일배움카드로 배우는 훈련 과정의 수료를 일주일 앞두고 어떤 훈련을 더 배워야 할까 고민이 많던 찰나에, 시청 복지과 직원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조건부 생계급여’를 받게 되는 입장이라,
실업자카드에서
[국취제 2형]으로 카드를 바꿔야 하고,
진로 상담이 필요하다 하셔서, 센터로 오라고 하시더군요. 어떤 것을 배울 생각인지 앞으로 무얼 할 계획인지 구체적인 계획서서 세워서 오라고 하시면서요.
글쎄요..
전 앞으로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루에도 제 기분은 몇십 번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어느 분은 제게
“파산은 용기 있는 자가 하는 것”
이라고 합니다.
어느 분은 제게
“파산을 하면, 거지처럼 살아야 한다”
고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저는 기분이 좋을 땐
‘아, 나는 용기가 있는 건가?’ 싶다가도,
기분이 나쁠 땐 ‘아, 깡이 좋은 건가?
나 거지처럼 살아야 되는 건가?’ 하며
멘탈이 사정없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직 뭘 해야 할지 제 스스로도 감을 못 잡은 것 같습니다.
4. 20년의 경력이
서류 몇 장으로 정리되던 날
제가 알바를 하든, 직원으로 취업을 하게 될지 아직 저도 저를 잘 모릅니다.
어쩌면 이런 경기에, 이 나이엔 진로상담가의 말대로 실패를 해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26년 2월부터 변호사며, 법무사며,
지인들 소개부터 네이버 뒤져가며 회생을 택해야 하는지 파산을 택해야 하는지 수소문하고..
‘그래.. 오늘의 실패가, 날 다시 일어나게 할 거야.’
그렇게 다짐도 해보고요.
5. 오직 아이들과 살기 위한 LH 아파트, 그 처참하고 잔인한 조건들
오직 아이들과 살기 위해,
마지막 동아줄인 LH 임대아파트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만 그 조건 역시 너무나 처참했습니다.
기초수급자여야 하고, 한부모가정이어야 되고, 다자녀여야 하고, 몸까지 아파야 합니다. 자동차도 없어야 합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완벽한 바닥임을 증명해야만 겨우 1순위 자격이 주어지는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최소 5000만 원 정도는 현금으로 손에 쥐고 있어야만 LH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당장 몇십만 원이 없어서 파산을 선택한 제게 5000만 원은 너무나 거대한 벽입니다.
그 돈이 없으면, 정부가 전세 사기를 당한 집들을 매입해서 재임대해 주는 매입임대 주택으로 밀려나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곳, 내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환경은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엔 총 22군데의 GH매입임대가 있는데, 그중엔 제가 사는 지역만 해도 신청자가 16명입니다.
그들 전부가 저와 같은 기초수급자라고 합니다.
아주 희박한 확률을 뚫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지독한 바늘구멍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6. 49대 1의 경쟁률,
로또 같은 보금자리를 기다리며
이번엔 하늘을 보며 소원 하나 빌어도 될까요?
서류 제출 대상자가 된 LH 청약이
무려 49:1의 경쟁률인데,
제겐 로또 아닌 로또의 기대를 걸어봅니다.
이 서류 지옥을 뚫고 무사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요새 힘들다는 사장님들의 댓글을 많이 봤는데,
저처럼 다 무너지고 파산한 사람도
어떻게든 숨 쉬며 살아지긴 합니다.
그러니 다들 힘내시고,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우리 다 같이 기운 내서 살아남읍시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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