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일지 1화] 파산선고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날의 기록

작성자

카테고리:


지금으로부터 약 10개월 전인
2025년 9월 9일.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스마트폰을 켜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으며,
꾹꾹 눌러썼던 글입니다.

당시의 비참함과 절망,
그리고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그때의 기록을 날것 그대로 꺼내어 봅니다.

당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인생 뭐 같다’ 라는 생각과..
‘나는 그래도 나름 청년이더라..’

하는 서글픈 생각이 교차했지요.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무거움과,

법정에서 나눠준 서류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법정에서 마주한
100여 명의 무거운 사연들

그날 법정에서는 총 100분 정도 되는 분들이
순차적으로 호명되었습니다.

제 차례가 불러지며 서류를 받는데,
평상시라면 나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받을 땐
별 생각이 없다가 법정안에서 받는 서류는
뭔가 마음의 묵직함을 주더군요.

법정에 나오신 변호사님은 상황에 따라
파산선고를 받는 분들의 질의응답에 때론 매몰차게,
때론 따스하게 답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질의응답 분위기상..
저는 그곳에서 최연소였던지라;;
변호사님도 제 얼굴을 보며 놀라시고,
“잘 해결되기 바란다”며
따뜻한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전반적으로 50대 후반~60대 분들이 30% 정도였고, 제 기준에는 어머니 아버지 되는 분들의 연세가 특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분들도 각자의 사연을 갖고 여기까지 나오셨을 텐데, 얼굴은 상하셨고 몸도 많이 쇠약해 보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투명 핸드폰 케이스 속,
아이들의 증명사진

사실 제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각자 불안한 마음에
뭐라도 잡고 계셨는데, 그게 거의 핸드폰이었습니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어르신들의 핸드폰 투명 케이스 안쪽에는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자녀들의 증명사진이 빛바랜 채 꽂혀 있었습니다.

또한 핸드폰 배경화면 가득 채운 반려견,
반려묘 그리고 가족들의 사진들..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결국 법정에서 나오는 순간 저 혼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마 저도 저지만,
다른 분들도 서로의 얼굴과 모습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다만 다른 분들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울지는 않으시더라고요.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저와 같은 사연을 가지신
자영업자이셨습니다.

그 무거운 법원을 나오는데..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쪽의 법정에선 경매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줄을 서 계셨고, 바깥에선
전세 사기 관련 피해자분들이 울먹이며 기다리시고..


또 다른 법정에선 사기, 강도, 폭력, 횡령 등의 피의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법원이라는 공간 전체가
거대한 슬픔의 소용돌이 같았습니다.


자영업이라는 지독한 굴레,
그리고 망가진 몸

돌이켜보면
지난 2~3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범죄자 잡아보겠다고 법원도 여러 번 다녀오고,
보이스피싱을 당해 경찰서도 여러 번
들락날락했습니다.

상대방의 인성에 대해 바닥이란 바닥은 다 겪어보았고, 사기 쳐놓고 유튜브로 당당하게
강의 팔이 하는 쓰레기 같은 놈들도 많이 겪었습니다.

자영업은 참 회사원일 때보다도 바쁘고, 민감하고,
특이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잔인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 시절 극도의 스트레스로 병을 달고 살았습니다.
시력도 많이 떨어졌지요.

안경점에서도 신경 이상이 생긴 것 같다며 안과며
신경과며 다 가보라고 권할 정도였으니..
참 암담했습니다.


💡 10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다짐을 읽으며

당시 글의 마지막에 저는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IMF 때보다도 안 좋은 경기라고 하시면서도
법률사무소에는 밀린 서류들이 참 많더라구요.
모순이라고 해야 하나?

신용이 돌아오는 데는 10년 정도가 걸릴 거라고 하시고. 하지만 다시 0부터 잘 만들어가야겠죠.”

이 글을 쓰고 10개월이 흐른 2026년 지금,
저는 약속대로 다시 0부터 차근차근
제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당시 카페에서 저에게 응원 댓글을 주셨던
수많은 사장님들의 온기를 잊지 못합니다.

그때의 다짐을 잃지 않고,
이 풀숲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나아가보려 합니다.
다 같이 다시 화이팅입니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