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파산일지 1화에서는 법원 문을 나서며
눈물 흘리던 기억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날 이후 제 인생에는
또 한 번의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나라에서 지정한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것입니다.
당시 법원에서 돌아와 마주한 카페의
수많은 응원 댓글들을 읽으며
참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무거움 속에서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겨우 붙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를 숨 막히게 했던 30가지 법원 제출 서류들
많은 분들이 도대체 파산 신청을 할 때
어떤 서류들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십니다.
법원과 법무사무소에서 저에게 요구했던 서류는
자그마치 30가지가 넘었습니다.
구청, 주민센터, 보건소, 은행,
그리고 제가 지난 2~3년 동안 거래했던
모든 은행의 통장 내역서까지…
내 모든 삶의 흔적과 실패의 기록을
샅샅이 파헤쳐서 법원에 제출해야 했기에,
이 서류들을 하나하나 발급받으러 돌아다닐 때의
비참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서류들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법무사무소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 현재 소득과 재산 상태를 조회해 보더니,
제가 ‘기초생활수급자’ 조건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나름 70억 매출을 내던 패션 디자이너였고
자영업자로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내가..
나라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수급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지독했던 자영업의 굴레를 벗어나 마주한 현실은,
내 이름 뒤에 ‘기초수급자’라는
다섯 글자가 붙는 것이었습니다.
조양방직 카페에서
마주한 나의 약점
씁쓸한 마음을 달래러 찾아갔던
조양방직 카페 내에는 마치
‘응답하라 1988’처럼 역사가 담긴
오래된 제품들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가만히 둘러보는데,
3대 정도로 보이는 가족들이 하하호호 웃으시며
과거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더군요.
“참 가난했었다…”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이 지나가면서 들려오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제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방학 때마다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저 혼자 항상 시골 할머니댁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때 시골 방안에 걸려있던 흑백 가족사진들…
“오늘날 카페에서 비슷한
흑백 사진들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며 펑펑 났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가장 큰 약점은
‘가족’인가 봅니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내 아이들에게 이 가난의 무게를 지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울컥 올라와 눈물을 참느라
참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파산 관련 Q&A
당시 카페 사장님들이 가장 많이 질문해 주셨고,
지금도 파산을 고민하는 많은 자영업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현실적인 의문들에 대해
제가 아는 선에서 답을 정리해 드립니다.
Q1. 파산 신청하면 카드는 어떻게 사용하며 지내나요?
저는 파산으로 인해 ‘긴급생계 대상자’가 되어
두 달 동안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법적 서류들을
토대로 위기 상황이 인정되었고,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이라
주민센터 복지과에서
[압류방지 통장]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이 통장과 연결된 카드는 계좌이체도 안 되고,
오직 정부지원금 현금인출만 되게
해놓은 카드였습니다.
이것으로 두 달 동안
생계를 이어 나갔습니다.
Q2. 앞으로의 생계 계획과 자활은 어떻게 되나요?
‘생계수당’이라고 해서, 직업 훈련을 받는 동안
나라에서 수당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관내와 이어진 사업체
(카페 근무, 편의점, 공방 제작,
플라스틱 사출, 청소 등)
에서 일을 해야 하며 업종과 근무시간에 따라
약 50~150만 원 사이의 급여를 받게 됩니다.
제가 앞으로 어떤 일을 배정받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우선은 훈련을 받으면서,
그동안 마음의 병이 되었던 우울증과 공황장애
치료부터 병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Q3. 파산하면 기존의 빚은 어떻게 처리되나요?
제 명의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이는 공매로 처분하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를 매도함으로써 나오는 금액으로
국세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 빚들은
어느 정도 탕감이 됩니다.
(대출 규제 때문에 2년 동안 안 팔리던
아파트가 결국 이렇게 처분되더군요.)
단, 국세는 평생 갚아야 합니다.
앞으로 일을 해서 월급을 받으면 기본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은 전부 못 냈던 국세로 빠져나갑니다.
심지어 예전에 외상대금 안 주고
도망간 쓰레기 같은 놈을 잡아서
돈을 돌려받는다고 해도,
그 돈 역시 전부 국세로 최우선 변제됩니다.
빚이 탕감된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완전히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 10개월이 지난 지금,
자활을 준비하며
당시 글을 마칠 때 저는 새벽에 이렇게 적었더군요.
“다음에 글을 쓰게 된다면..
어쩌면 자활 과정의 글들이 되겠네요.”
이 글을 쓰고 10개월이 흐른 지금,
저는 그 약속대로
진짜 ‘자활과 부활’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파산과 기초수급자라는 타이틀이 처음엔 낙인처럼
아팠지만, 오히려 저를 죈 지독한 사슬을
끊어주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인생의 아침 글을 읽으시며
힘든 하루를 버텨내고 계실 수많은 사장님들.
밑바닥에서도 길은 있습니다.
오늘도 힘내시고,
다 같이 기운 내서 화이팅하시길 바라겠습니다!